'나의 즐거움/영화 & 드라마 소개'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17.04.07 [영화]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2. 2017.02.27 [영화] 재심 [New Trial, 2016]
  3. 2017.02.26 [영화]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2015] 2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기본정보  드라마 | 한국 | 110분
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윤동주), 박정민(송몽규), 김인우(고등형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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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공부를 잘했던 아이는 아니다.

뭐 지금도 그다지 공부랑은 인연이 없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내게 윤동주는 그저 일제 강점기에 시를 썼던 시인이었을 뿐이었다.

그저 존경해야하는 많은 위인들 중 한 명 정도?

 

그러다 최근 무슨 바람에서인지 무한도전에서 봤던 [위대한 유산]노래가 생각나서 계속 듣고 있다.

솔직히 6곡 모두 좋지만..사람마다 또 어떤 날 어떤 가사가 꽃힐 때가 있는데..

최근 난 황광희와 개코가 불렀던 [당신의 밤]에서 별 헤는 밤 가사가 그렇게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영화 [동주]

어짜피 역사 속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거기도 하고 시인이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어느 날의 변덕에 찾아온 호기심으로 고른 영화였으니까..

 

그리고 보게 된 [동주]라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쟁과 독립군의 이야기를 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화면에 비치는 장면에서는 전쟁의 장면도 독립운동의 장면도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그 곳에는 청춘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처럼 평범한 시간을 보냈었던 청년들.

하지만 우리처럼 평온한 시간 안에 있지 못했던 청춘들.

 

그래서 잘못 된 시대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청춘이...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쉽게 쓰여지는 시가 부끄러웠던 청춘이 있을 뿐이었다.

 

설민석강사가 했었던 말이었는데 가슴에 콕! 박혔던 말이 있다.

[영웅은 난세에서 나온다]라는 말이었던거 같다..

우리 모두 영웅의 DNA를 가지고 있지만 평화의 시간에서는 그 DNA가 쉬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혼란의 시간이 오면 우리 옆에 있는 아저씨가 우리 옆에 있는 여고생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영화에 나오는 윤동주도 송몽규도 지금 시대에 만났다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옆집 오빠들이었을뿐임을...

 

잔잔한 영화이기에 끝날 때까지 놀람도 자극도 없었지만...

청춘들이 내몰리는 시대적 배경이 안타까웠고...

영화가 끝날 쯔음에 동주역을 맡은 강하늘배우의 나레이션으로 서시가 나올 때는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이 영화는 나에게 시인 [윤동주]를 만나게 해주고, 쉽게 그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의 시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유독 마음에 박혔던 윤동주의 시가 3개 있었는데 적어본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할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 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웠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쓰는김에 요즘 내가 꽃혀있는 노래 [당신의 밤] 가사도 적어본다 ^^

 

[무한도전 - 위대한 유산] 당신의 밤 - 황광희, 개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당신의 삶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길

때론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할 때
당신의 육첩방을 밝혔던 등불을 기억할게
난 왜 느끼지 못하고 외우려했을까
용기내지 못하고 뒤로 숨으려 했을까
그에게 총칼 대신 연필 끝에 힘이 있었기에
차가운 창살 건너편의 하늘과 별을 바라봐야했네
나의 이름 나의 나라가 부끄럽지 않게
오늘도 나아가야지 흙으로 덮여지지 않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당신의 밤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당신의 꿈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길

 

비판이나 비아냥이 싫어 머뭇거리던 입가
뒤돌아 걸어가는 시대 뒤에 고개 숙인 내가 밉다
난 한국인 난 한국사람 근데 난 아직 두려워 촛불위에 바람
잃어버린 이름과 나라 없는 설움과 죄책감이 섞인 철인의 자화상
왠지 모를 위로 덕에 겨우 겨우 일어나 딛는 어린아이의 걸음마
오늘 밤은 어둡기에 당신이 쓴 시가 별이 돼
광장 위를 비추는 빛이 돼 비추는 빛이 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당신의 밤

 

하나 둘 셋 넷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
하나 둘 셋 넷 알 수 없네 팔위로 새겨져있던 멍
만주에서 일본까지 쓰여진 삶의 궤적을 따라
내 맘도 천천히 쫓아 걸어가지 누구의 덕이기에
나는 내 나라와 이름으로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도 그대는 정정당당했던 작지만 명예로운 이 나라의 시인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헤던 당신의 밤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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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New Trial, 2016)


기본정보
  드라마 | 한국 | 119분
감독        김태윤
출연        정우(이준영), 강하늘(조현우), 김해숙(순임)

 

돈 없고 빽 없는 벼랑 끝 변호사,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온 청년
진실을 찾기 위한 두 남자의 진심 어린 사투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 진심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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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에 나오는 줄거리를 보면 한 소년이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세상에 나와 누명을 벗는다는 이야기다.

 

말도 안될 거 같은 이 터무니 없는 줄거리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실화다.
그것도 모든 게 부족했던 70,80년대가 아닌 밀레니엄 시대라고 불리웠던 2000년에 발생한 어이없는 실화.

 

2016년 6월 16일 커뮤니티 다음 메인 화면에서 제목만 보며 클릭를 하며 정보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던 나는 스토리펀딩에서 처음 이 소설같은 이야기를 접했다.
처음에는 실화라는 것에 놀랐고 그 다음은 발생연도에 놀랐으며 이기적인 어른들에 의해 짓밟힌 힘없는 청소년의 삶에 분노했다.

그래서 그 당시 해당 사건에 대해 따로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http://freeyouny.tistory.com/62 ]

 

그리고 이후 더 분노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이 사건에는 진범은 있었고..진범은 그리 똑똑한 놈은 아니었다는거다.
어느 영화에나 나올법하게 너무 완벽하게 모든 정황이 누명을 쓴 그 아이를 범인이다라고 가르키고 있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거다.
현장에 있는 모든 정황등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출세하고 싶었던 욕심 많은 경찰은 자기집에도 있을 법한 그 어린 청소년의 미래를 폭력으로 짓밟았고..
많은 일들에 파묻어 모든게 귀찮았던 검찰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대충 그 청소년을 범인으로 결론내렸다.

이렇게 구멍이 있는 사건이었으니 당연히 물이 셀수밖에...
결국 사건은 다시 수면위에 올라왔고 아이가 교도소에 간지 3년만에 진범을 잡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던 법조계는 해당 사건을 덮어버리고 진범을 집으로 보내주는 아주 친절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하셨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불쌍한 아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사건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형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교통과로 좌천하게 된다.


사건에 대해 알고 영화를 봐서일지 몰라도..그저 현우가 안타깝고 안타깝기만 했다.
영화에서야 조금의 픽션이 가미되야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현우가 형사를 때려보기라도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두드려맞고 겁먹고 시키는대로 하고 가장 중요한 시기의 시간을 빼앗기고 오로지 피해만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그마저도 박준영 변호사와 황상만 형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비극이었지만...


그래서 정우가 현우에게 미안하다며 너가 범인이 아니라고 세상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얘기할때는 나도 같이 그에게 미안했다.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것에..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그가 세상에서 보호받지 못한 아이였다는 것에..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
아무래도 실화를 소재로 선택하다보면 한계는 있는 부분이고 이 영화의 경우 영화를 찍기로 할 당시 재심을 하냐 마냐의 단계였고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때 재심 확정이 되었고 영화가 거의 만들어졌을쯤인 2016년 11월 17일 무죄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시나리오 변경이라던지 결말 부분에서 수정이 발생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영화 제목도 대놓고 [재심]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은 이 사건이 재심의 대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중에 해당 사건의 재심이 확정되었고 무죄 판결도 받았다.
이후 시나리오의 결말은 수정할 수 있었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 자체를 수정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부족한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들은 영화를 선택하는 개인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어가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검색해도 이미 영화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나 사건의 진행사항들이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니까..
이 영화는 그냥 사실에 충실한 영화이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아주 최근에 재조명되었던 이슈사항이니만큼 해당 영화에서 재미를 위한 과한 픽션이 들어갔다면 오히려 그 부분에서 실망했을거같다.

영화가 끝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그랬다.
"우와..이거 실화였어?? 이 영화가 실화라는게 더 놀랍다."라고..
난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 니가 죽이고 싶으면 죽여.
죽여서 니 그 억울한거? 그거 풀리면 진짜 살인해라.
근데 먼저 죽여야할 새끼는 이 새끼 아니야.
더 나쁜 새끼는 나야 나.

  

뭐?

 

나 사실 그 테미스 변호사 아니다.
와이프 딸 데리고 도망가고 그래서 니 사건 맡은거야.
너 이용해서 어떻게든 내 취직하고 내 돈 한 번 벌어볼려고 그런거라고.
그러니까 진짜 나쁜 새끼는 나야. 자 이제 찔러라. 그러니까 이제
나부터 죽여라. 죽여.
못 찌르겠지? 왜인 줄 알아? 너는 살인범 아니니까. 내가 잘 알아.
너는 너는 사람 죽일 놈이 못돼. 내가 그거 안다고.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그러니까 나한테 한번만 기회를 줘라.
내가 내가 법정에서 증명 해줄게.
내가 이 세상 사람들한테 말해줄게.
너! 절대 살인범 아니라고. 너 살인범 만든 건 우리라고!
그러니까 우리들이..우리들이 조현우한테 사과해야 된다고.

 

영화 초반에 서류 실수로 이혼소송에서 진 창환에게 준영은 얘기한다.

세상에서 뭔 일이 터져도 책임자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자기 책임이 되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거라고 얘기한다.


그랬던 준영이 영화가 끝날 쯤 현우에게 말한다.

 

너 살인범 만든 건 우리라고 그래서 우리들이 사과해야한다고.

준영의 외침은 하나의 가시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

세상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도 그렇다고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지만..

그럼에도 세상일에 눈을 감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준영의 말 속에 있었다.

 

 

 

우연히 재심과 관련하여 공감되는 포스팅이 있어 URL 공유한다.

* 영화 <재심>에 대한 변론

   https://brunch.co.kr/@knockknock/100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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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A Man and A Woman, 2015)

기본정보
  멜로/로맨스 | 한국 | 115분
감독        이윤기
출연        전도연(상민), 공유(기홍)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핀란드의 하얀 설원 속 둘 만의 동행 ‘남과 여’
헬싱키. 아이들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먼 북쪽의 캠프장을 향해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폭설로 도로가 끊기고, 아무도 없는 하얀 숲 속의 오두막에서 둘은 깊이 안게 되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일상을 파고든 뜨거운 끌림 '남과 여'
 8개월 후, 서울. 핀란드에서의 시간을 설원이 보여 준 꿈이라 여기고
 일상으로 돌아온 상민 앞에 거짓말처럼 기홍이 다시 나타나고 둘은 걷잡을 수 없는 끌림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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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처음으로 이 영화의 리뷰를 봤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그 리뷰의 요점은 [불륜 영화]였다.

거기에 더해서 남자가 공유니까 용서되는 영화라며 남주가 스토거라는 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리뷰를 봤을 당시 등장하는 배우들이 내 관심사 밖에 있던 배우였기에 그냥 이런 영화도 있구나.하고 지나쳤던 영화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 빠지면서 공유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어서일까..?
갑자기 주변에서 [남과 여]라는 영화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에 어떤 리뷰에서 봤던 [불륜 영화]라는 글이 생각나면서 굳이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우연히 FUNKYBOY님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었고
FUNKYBOY님이 남기신 남과 여 리뷰를 보고 이 영화가 궁금해졌다.

(FUNKYBOY님의 남과 여 리뷰 : http://blog.naver.com/hyujong/220717579460)

 

그래서 봤다.

흠...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바람이라던지...불륜이라던지.. 이런것에 굉장히 예민했던 사람이다.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솔직히 각자 가정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빠진 상민과 기홍의 사랑이 아름다웠다고는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상민과 기홍이 왜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상황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갔다.
그들이 잘했다는게 아니라 그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한 집의 가장이지만 그 전에 한 명의 사람인 기홍은 의처증에 우울증이 있는 아내와 그 영향으로 우울증을 겪는 딸을 살피지만 그 누구도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가 기댈 수 있는 장소도 없다.
그리고 상민 또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평범한 환경에서 키워내고 싶지만 신랑은 그저 그녀의 욕심일 뿐이라며 상민의 마음을 들여봐주지 않는다.
그녀에게 아들은 너무 소중하고 예쁘지만 아들의 병에서 오는 돌발행동들은 일상이고 그 일상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녀도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이기전에 한 사람의 여자인데 그녀 또한 기댈 곳이 없다.


그렇게 일상에 지쳐가던 두 사람이 서로 비슷한 환경에 있으며 비슷한 것을 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나도 그 사람도 그저 사랑받기를 원하고 이해받기를 원하고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이기에....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30대 중반의 기혼이기때문일까?
아니면 나도 배우자와의 일상에서 그와 연애했을때의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연애때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긴장감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더 이상 배우자가 아닌 그 누구에게 여자가 되어서는 안되기때문일까?

이 영화를 보며 나는 그들의 사랑이 불편하기보다는..

그래..그렇게라도 도망가고 싶기도 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모든 걸 놓고 싶은 순간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정신적으로 평범하고 건강한 순간이었다면 상대의 등장에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는 않았을거다.

그들이 만난 타이밍은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었을테고 이성적 선택을 하기에는 둘 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딱히 불륜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지금도 여전히 불륜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굳이 나서서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그들이 감당해야할 그들의 선택일뿐이니까.

 

굳이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무척이나 쌩뚱맞겠지만...

사랑을 시작해도 욕먹을 일 없는 미혼들이여! 마음껏 부딪히고 사랑해라! 부럽다! 정도? ㅎㅎ
나도 연애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 생은 끝났다! 슬프다! 정도? ㅎㅎ


지금 내 옆에 지키는 사람이 매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처음 만나서 느꼈던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우리는 이제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건 그 시기를 지나와야만 가질 수 있는 평온함이겠지.
그리고 여전히 겪어가고 있는 현실의 전쟁의 일상일테고 말이다.
이제까지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각자의 세월을 살았던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앞으로 남은 80여년의 생활을 잘 지내기 위해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이랄까..^^
연애와는 또 다른 긴장선에 있기는 하네...ㅋㅋ
달달한 설렘이 아니라서 그렇지 ㅋㅋ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불륜에 더이상 분노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어느 새 난 이런 영화를 보면서 욕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건가...??.....^^;;;


그리고 또 다른 점은 그들의 사랑을 정당화하고 포장하는 쓸데없는 대사가 없어서 이 영화가 좋았다.
말로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배우들의 표정으로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이 전달되어져왔다 그렇기에 다소 끈적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꽤나 담백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에서 난 또 그게 그렇게 인상깊더라.
내 개인적으로는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였다.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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