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기본정보  드라마 | 한국 | 110분
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윤동주), 박정민(송몽규), 김인우(고등형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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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공부를 잘했던 아이는 아니다.

뭐 지금도 그다지 공부랑은 인연이 없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내게 윤동주는 그저 일제 강점기에 시를 썼던 시인이었을 뿐이었다.

그저 존경해야하는 많은 위인들 중 한 명 정도?

 

그러다 최근 무슨 바람에서인지 무한도전에서 봤던 [위대한 유산]노래가 생각나서 계속 듣고 있다.

솔직히 6곡 모두 좋지만..사람마다 또 어떤 날 어떤 가사가 꽃힐 때가 있는데..

최근 난 황광희와 개코가 불렀던 [당신의 밤]에서 별 헤는 밤 가사가 그렇게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영화 [동주]

어짜피 역사 속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거기도 하고 시인이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어느 날의 변덕에 찾아온 호기심으로 고른 영화였으니까..

 

그리고 보게 된 [동주]라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쟁과 독립군의 이야기를 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화면에 비치는 장면에서는 전쟁의 장면도 독립운동의 장면도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그 곳에는 청춘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처럼 평범한 시간을 보냈었던 청년들.

하지만 우리처럼 평온한 시간 안에 있지 못했던 청춘들.

 

그래서 잘못 된 시대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청춘이...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쉽게 쓰여지는 시가 부끄러웠던 청춘이 있을 뿐이었다.

 

설민석강사가 했었던 말이었는데 가슴에 콕! 박혔던 말이 있다.

[영웅은 난세에서 나온다]라는 말이었던거 같다..

우리 모두 영웅의 DNA를 가지고 있지만 평화의 시간에서는 그 DNA가 쉬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혼란의 시간이 오면 우리 옆에 있는 아저씨가 우리 옆에 있는 여고생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영화에 나오는 윤동주도 송몽규도 지금 시대에 만났다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옆집 오빠들이었을뿐임을...

 

잔잔한 영화이기에 끝날 때까지 놀람도 자극도 없었지만...

청춘들이 내몰리는 시대적 배경이 안타까웠고...

영화가 끝날 쯔음에 동주역을 맡은 강하늘배우의 나레이션으로 서시가 나올 때는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이 영화는 나에게 시인 [윤동주]를 만나게 해주고, 쉽게 그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의 시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유독 마음에 박혔던 윤동주의 시가 3개 있었는데 적어본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할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 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웠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쓰는김에 요즘 내가 꽃혀있는 노래 [당신의 밤] 가사도 적어본다 ^^

 

[무한도전 - 위대한 유산] 당신의 밤 - 황광희, 개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당신의 삶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길

때론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할 때
당신의 육첩방을 밝혔던 등불을 기억할게
난 왜 느끼지 못하고 외우려했을까
용기내지 못하고 뒤로 숨으려 했을까
그에게 총칼 대신 연필 끝에 힘이 있었기에
차가운 창살 건너편의 하늘과 별을 바라봐야했네
나의 이름 나의 나라가 부끄럽지 않게
오늘도 나아가야지 흙으로 덮여지지 않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당신의 밤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당신의 꿈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길

 

비판이나 비아냥이 싫어 머뭇거리던 입가
뒤돌아 걸어가는 시대 뒤에 고개 숙인 내가 밉다
난 한국인 난 한국사람 근데 난 아직 두려워 촛불위에 바람
잃어버린 이름과 나라 없는 설움과 죄책감이 섞인 철인의 자화상
왠지 모를 위로 덕에 겨우 겨우 일어나 딛는 어린아이의 걸음마
오늘 밤은 어둡기에 당신이 쓴 시가 별이 돼
광장 위를 비추는 빛이 돼 비추는 빛이 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당신의 밤

 

하나 둘 셋 넷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
하나 둘 셋 넷 알 수 없네 팔위로 새겨져있던 멍
만주에서 일본까지 쓰여진 삶의 궤적을 따라
내 맘도 천천히 쫓아 걸어가지 누구의 덕이기에
나는 내 나라와 이름으로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도 그대는 정정당당했던 작지만 명예로운 이 나라의 시인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헤던 당신의 밤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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