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난감을 구매하기 위해 아이가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다 보게 된 기사.

 

베이비 박스..

명칭만 보고 처음엔 무슨 아이 이동용 박스 같은건 줄 알았다.
하지만 기사를 읽고 이런 박스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박스가 현재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유기조장과 아이보호의 주장이 오고가고 있는거 같은데..
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인지 이런 논란 자체가 씁쓸하고 가슴이 아프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나는 부모님이 계시고 시부모님이 계시고 아이도 건강하고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편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몇 번씩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상황이 나쁘지 않기에 아이를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모든게 갖추어진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것도 힘든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와 있게 된다면..
아무래도 극단적인 선택은 불가피할것이다...
또한, 자라난 환경에 의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짐같은 아이를 버리고자 하겠지.
(예를 들어 베이비 박스를 보며 "아 저곳에 아이를 버리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사람들...아이를 맡기겠다는게 아닌 단지 아이를 버리는 쓰레기통정도로만 보는 사람들을 얘기하는것이다.)

그럼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그 아이들은 남의집 대문앞 차가운 바닥, 쓰레기통, 아니면 길바닥, 심지어는 화장실...
그 아이들이 갈 곳은 온통 차갑고 어둡고 심지어는 누군가가 발견하기 아주 어려운 곳이다.
그런곳에 방치되려고 힘들게 태어난 것이 아닐텐데...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목사님이 궁금해 가입하게 된 주사랑공동체의 집이라는 다음 카페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자니 더 이 논란 자체가 우습워졌다.

아이들 중 일부는 옷도 못 입은채 수건이나 얇은 담요같은데 돌돌 말려져 버려졌다.
심지어는 탯줄 자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2차 감염이 위험한 상태인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사람이 없는 곳에 버려져 발견되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자기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생명이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도저히 잠들 수 없게 되어버렸다.

버리지 않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모르기 때문에 또는 힘들기 때문에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을것이다.
운이 나쁜 아이는 그 학대로 인해 장애를 가지고 평생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는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사랑이 생기지 않게 되고 아이는 커가면서 부모에 대한 기대는 차가운 실망으로 변할테고..맹목적인 사랑은 처절하게 식어갈 것이다.
심지어는 마음마저도 차갑게 식어버린 채 삐뚤어진 심장을 가지고 성장 할 수도 있다.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부모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벼랑끝으로 모는것이 옳은 일일까 싶기도 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생명일텐데..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낙태하거나 버리는 부모를 비난할 일이 아니고 베이비박스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해봤기 때문에 힘들다는것을 알고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베이비박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며 미래를 조금씩 바꿔가야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하는게 아닐까 싶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미혼모를 만들 수 있고 미혼모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않고 지금 비난하고 있는 일들을 저지르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니까 말이다.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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