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엔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에 걸려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네모난 스피커 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꽂혀 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 속에 쌓여 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 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 하늘 높이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 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 봐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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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Youtube를 곧잘 보는 우리 아이.

그 중에서도 '도티'라는 크리에이터 동영상을 잘 보는 편이다.

나도 가끔 같이 보는데 참...컨텐츠 잘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어느 날 부터 도티가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부른곡이라며

한동안 한참을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던  "네모의 꿈"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항상 누군가에게는 선곡되었던 곡이었는데

꽤 시간이 흐른 후 아직은 어린 아들의 입을 통해 듣자니..

무언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네~^^;;;

 

아이에게 엄마가 고등학교 때 참 좋아했던 노래라고 얘기해주니

왜냐고 이유를 물어보는데 마땅히 생각나는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ㅇㅇ도 청소년이 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아..이런 노래구나라고

그냥 알게 되고 그 때는 너도 이 노래를 참 좋아하게 될거야"라고 대답해줬다.

 

그 때는 참...어른들의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한다는 말이 가식적으로 느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한다는 말보다 더 정답인 말은 없는거 같다.

나도 세상을 살아가며 그저 그렇고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아이를 키우면서도 스스로 어른이라 칭하기가 멋쩍을때가 있다.

요즘 말을 찾아보면 [하는 짓이나 생각이 어린아이 같은 어른]을 애어른이라고 칭하는 거 같던데..

나는 그냥 철없어 보일지라도 애어른으로 남아있고 싶다.

아이들에게 꼰대라는 말을 듣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쉬이 이루어지려나 모르겠다.

 

지금도 매일 아이에게 잔소리크리를 날리는 시시한 어른이라...^^;;;

 

 

 

 

 

 

 

Posted by 귀찮은 여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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